좌표의 정의 Definition of Coordinate
좌표란 무엇인가? - 무엇인가를 나타내는 약속에 대하여
어떤 두 사람의 모든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의 그 다음 만남이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니기 위해서는 다음에 그 만남이 언제, 어디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정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함께 알고 있는 어떤 약속이 필요할 것이다. 물리학과 수학에서는 이런 약속을 잘 하기 위해서 좌표의 개념이 존재한다. 좌표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좌표(Coordinate, 座標)란 어떤 지점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나 수의 짝 1을 말한다. '좌(座)'는 우리말로 옮겨서 '자리표(-標)'라고도 말하는데, 이 표현이 좌표를 직관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자리표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어떤 자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된다. 이 고민을 시작하기에 앞서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1), 그 어떤 특정 시점의 공간에 대해서 논의하자. 굳이 시간을 멈추는 이유는 이후에 제시하겠다. 본격적인 고민의 시작은 '자리'를 어떤 경우에 표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공간에 나 자신만 존재하고 다른 대상이 없다면, 애초에 표현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자리를 표현할 필요가 없다. 만약 표현할 대상이 존재한다면, 굳이 나 자신의 표현을 들어줄 대상이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표현하는 주체이자 그 표현을 수용하는 대상이 되면 되면 될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가 표현해야 하는 것은 온 세상에 나 한 사람(*2)과 표현해야 하는 대상의 물체 하나(*3)가 나와 같은 평면 위(*4)에 있다. 일단 우리는 그 물체를 정면으로 바라보고(*5), 그 물체까지의 거리에 대해 적당한 값을 매기자. 사실 내가 나 자신과 하는 약속이라면 어떤 값을 매기더라도 상관이 없다. 내가 매기는 족족 내가 받아들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다소 우스운 상황이지만 애초에 별도의 약속이 없어서 정할 수 없는[不定] 상황에서 야기된 필연적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많이들 하는 약속이 있다. 만약 나를 기준으로 한다면 나와 물체가 동일한 위치에 있는 경우에는 0으로 둔다. 그리고 앞과 뒤는 구분해서 표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물체가 나보다 앞에 있는 경우에 0보다 큰 수로 매기기로 했다면, 나보다 뒤에 있는 물체는 0보다 작은 수로 매길 것이다. 반대로, 나보다 앞에 있는 물체를 0보다 작은 수로 매기기로 했다면 나보다 앞에 있는 물체는 0보다 큰 수로 매길 것이다. 기준을 어디에두고, 그 기준을 0이라는 수에 대응시키는 약속이 일어나면 이런 앞뒤 개념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절대적인 약속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나의 위치를 0이라 두고, 나보다 앞에 있으면 0보다 큰 값에 대응하면 몇 가지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어서 편리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앞에 있는 것은 0보다 큰 값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반대로 0보다 큰 위치라고 기록된 물체는 나보다 앞에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나와 '1'이라는 자리에 있는 물체와의 거리는 나와 '-1'이라는 자리에 있는 물체의 거리와 동일하지만 '1'이라는 자리는 나보다 앞에 있고, '-1'이라는 자리는 나보다 뒤에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이다. (물론 모두에게 이런 점이 편리하다는 보장도 없고, 그 편리함이 반드시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하는 경우에 자리를 배정하는 경우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앞서 아래와 같이 5가지 조건((*1) ~ (*5))이 걸린 경우에 풀었다.
*1. 시간의 흐름을 멈추었다.
*2. 자리에 대한 정보는 나 자신에게 전달한다.
*3. 관찰 대상의 물체가 하나이다.
*4. 나와 같은 평면 위에 있다.
*5. 나는 그 물체를 정면에 바라보고 있다.
5가지 조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면 좌표에 대한 개념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다. 먼저, (*4)와 (*5)의 조건이 없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 조건은 주어진 공간을 숫자 하나로 한정하기 위한 조건이다. 우리는 대개 위-아래, 앞-뒤, 양-옆이라는 3가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 살기에, 세 개의 수로 표현되는 공간에 익숙하기에, 하나의 수로 표현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개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 조건은 공간의 차원을 1차원으로 한정하기 위한 조건이다. 우리가 3차원 공간에 살기 때문에 3차원 공간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편하고, 그렇기에 굳이 3차원 문제를 1차원 문제로 줄이기 위해서는 두 개의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내가 굳이 물체를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자. ((*5) 조건을 해제)
(a) 내가 물체를 정면에 바라본 경우, (b) 내가 물체를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은 경우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물체를 마주보고 있다면(a) 값 하나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물체를 마주보고 있지 않다면(b) 값 하나로 표현할 수 없다. 이 경우는 숫자 하나로는 어떤 값으로든지 대상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나와 물체가 평면 위에 있다면 두 가지 값이 필요하다.
여기서 두 가지 사항에 유의하자. 평면 위에 있다는 말은 모든 대상의 키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 해제하지 않은 (*4) 조건 때문이다. 평면 위에서 분명히 우연히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물체가 있을 수 있고, 이 때에는 한 값으로 충분히 그 값을 표현할 수 있으며, 보기에 따라 값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평면 위의 어떤 점'을 표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문제임을 상기하자. (*5) 조건이 해제되는 순간 우리는 나와 마주보지 않은 위치에 있는 자리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뒤집어서 생각한다면, 나와 마주보는 자리는 평면에서 특수한 경우라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좌표의 개념을 평면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하학적으로 생각한다면 내가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물체와 기술하는 것은 일종의 수직선과 같은 직선 위에 있는 물체를 기술하는 것이고, 이에 대응해서 내가 굳이 마주보지 않는 위치에 있는 물체도 기술하는 것은 평면 위에 있는 물체를 기술하는 것이다. 그런데 직선 위에 있는 자리는 숫자 하나로 표현되는 반면에, 평면 위에 있는 숫자는 두 개의 숫자로 표현된다. 이렇게 대상을 표현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의 개수를 대개 차원(dimension, 次元)이라고 말한다. 즉, 직선은 1차원이고 평면은 2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나와 대상이 같은 평면에 반드시 있을 필요는 없다고 하자. ((*4) 조건을 해제) 이렇게 되면 나와 물체는 다른 평면 위에 존재하고, 그 평면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숫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새롭게 도입하는 것은 대개 높이라고 말하며, 양의 값을 갖는 높이(height)라고 말한다. 앞서 배운 차원의 개념을 적용하면 세 개의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에 3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관찰 대상인 물체가 둘 이상인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3) 조건을 해제) 이 경우에 첫 번째 물체를 기술하는 것은 앞서 논의한 것과 동일하지만, 두 번째 물체를 기술할 때는 첫 번째 기술한 것과 일관성 있게 기술해야 한다. 만약 첫 번째 물체보다 2배 먼 거리에 있는 물체를 기술한다면 그만큼의 거리가 떨어진 것을 반영해서 기술해야 한다. 그 이상이 물체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된다.
자리에 대한 정보를 다른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경우((*2) 조건을 해제)에는 두 사람 사이에 자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 경우에 기준을 어디로 두고, 거리의 단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이 논의는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경우를 상정((*1) 조건)하기 때문에 단순히 기준과 단위를 공유하는 것으로 그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 있는 경우((*1) 조건을 해제)하는 경우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 글에서는 물음으로만 남겨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나마 모든 것이 가만히 있고 관측 대상만 움직이는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그 움직임을 변화를 시간에 따라 기술하면 된다. 하지만 하나둘 변하는 것이 생기면 어려운 논의가 된다. 관측자가 변한다면? 관측자의 정보를 전달받는 사람이 변한다면? 자리를 나타내는 약속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면? 이들 변화가 각각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변한다면? 동시에 변할 때 관측한 결과만 가지고 그 결과가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을까? 이런 모든 질문의 답은 대개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 것'이 생길 때마다 그만큼을 감안해서 대상을 기술해야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결과만 가지고 그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이번 글에서는 좌표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우리가 흔히 어릴 때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좌표계는 아주 많은 조건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조건을 하나하나 풀어서 일반화시켰을 때, 비로소 물리학이나 수학에서 활용 가능한 좌표의 정의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좌표의 정의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막연하게 품은 물음이 비교적 명확한 물음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물음이 명확해지고 나아가 좋은 질문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그 문제의 입구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초대장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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